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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집] 고(故) 통제사(統制使) 이공(李公)의 유사

"노량대첩 이전에 충무공께서 '적들을 멸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말했는데 사실인가요?"라는 글을 어디선가 봐서(디지털 치매 ㄱ-)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우연히 백사집에 비슷한 글귀가 있더군요.


[이해 11월 18일에는 남해(南海), 부산(釜山)의 여러 적들이 구원을 나왔는데, 선봉(先鋒)은 이미 노량(露梁)에 도착하였다. 그러자 공이 도독에게 말하기를,

“우리 군사가 앞뒤로 적을 맞게 되었으니, 차라리 묘도(猫島)로 물러가 진을 치고 있다가, 다시 여러 장수들과 약속하여 결사전을 벌이는 것이 낫겠소.”

라고 하니, 도독이 그대로 따랐다. 이날 밤 삼경(三更)에는 공이 배 위에서 꿇어앉아 하늘에 축원하기를,

“오늘은 진실로 결사전을 벌일 터이니, 원컨대 하느님께서 반드시 이 적을 섬멸하게 해 주소서.”

라고 하였다. 축원을 마치고는 스스로 정예한 군사를 거느리고 먼저 노량으로 진군하였다.
19일 사경(四更)에는 적이 도독을 매우 급하게 포위하자, 공이 곧바로 전진하여 그를 구하였다. 그리고 친히 시석(矢石)을 무릅쓰고 손수 스스로 북을 치다가 갑자기 탄환을 맞아 쓰러졌는데, 운명하기 직전에 휘하(麾下)를 돌아보고 이르기를,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겨서 군중을 놀라게 하지 말라.”

고 하였다. 도독은 공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세 번씩이나 배에 엎어져 넘어지면서 말하기를,

“함께 일을 할 만한 사람이 없게 되었다.”

하였다. 그리고 남민(南民)들은 공이 작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주히 길거리에서 통곡하였고, 시장을 보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 후 가인(家人)이 고향으로 반장(返葬)할 적에는 남중(南中)의 사자(士子)들이 제문(祭文)을 지어 와서 제사하였고, 노약자들은 길을 가로막고 통곡하여 계상(界上)에까지 통곡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확실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는 표현은 아니고 원출처는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눈에 띄어서 적어봤습니다.

<백호전서>에서 찾았습니다-_-(아놔 글 몇 번째 고치는 거람 -_-;;;)
별 생각 없이 백호전서에는 뭐 없나? 라는 심정으로 유사를 읽어보니 나오더군요 ㅡ.ㅡ

 

[이날 밤에 순신은 진 도독과 진격하기를 약속하고 적선 5백여 척을 맞아 밤새도록 대전을 벌인 끝에 적선 2백여 척을 불태우고 군졸과 무기를 죽이고 노획한 것이 헤아릴 수도 없었지만, 순신 자신은 적탄을 맞아 별세하였다. 이날 밤 3경에 순신이 배 위에 나와서 향을 불사르고 축원하기를,

“원컨대 하늘이시여, 속히 이 적들을 멸하게 해주소서. 적을 물리치는 그날에는 신이 죽음으로써 나라에 보답하겠습니다.”

하였는데, 갑자기 큰 별이 바다 가운데로 떨어지므로, 보는 이들이 이상하게 여겼었다. 그런데 이때에 이르러 적을 추격하여 남해 경계에 이르러서는 순신이 뱃머리에 서서 친히 시석(矢石)을 범(犯)하면서 독전하므로, 좌우에서 간하였으나 듣지 않다가 갑자기 날아온 적탄에 맞았다. 장막 안으로 부축해 들이자, 순신이 말하기를,


“싸움이 한창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

하고는 그대로 운명하였다.]



[나의 선인(先人)께서 공의 딸을 외부(外婦)로 삼으셨으므로, 나는 그나마 공의 집사ㆍ하인 및 공을 섬긴 사람들을 만나서 공의 용모와 기호와 모습이 어떠한 사람이었나를 물어 알 수 있었다. 공은 큰 체구에 용맹이 뛰어나고 붉은 수염에 담기(膽氣)가 있는 사람이었다. 평상시에도 본디 비분강개하여 적을 죽이면 반드시 간(肝)을 취하였다.

예교(曳橋)에서 싸움이 급해졌을 때는 공이 뱃머리에 나가 싸움을 독려했는데, 장사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극력 간하였으나, 듣지 않고 말하기를,

“적만 죽이면 나는 죽어도 유감이 없겠다. 적이 물러가면 내가 죽어도 너희들은 편안할 것이다.”

하였으니, 이 말이 사실이라면, 공은 진실로 사훼(蛇虺)가 세상을 독란(毒亂)시킨 것에 분개함과 동시에 고래 같은 고기는 작은 도랑에 오래 있을 수 없음을 또한 알았던 것이 아니겠는가. 아, 슬프다.]


백호전서에 나오는 군요. 충무공이 큰 체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간을 취했다는 건 관용구이니 그대로 믿으시면 충무공 인육섭취 드립까지 나올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백호 윤휴는 임진왜란 이후에 태어나고 자란 사람입니다. 그래도 그 이전의 글이나 소식 등을 듣고 참고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분의 행록을 보았는지 <수군을 폐하고 육지에서 싸우라고 했지만 공이 반대하여 다행 ㄳㄳ>라는 구절도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외 백호전서의 충무공 유사에서 입이 마르도록 충무공을 칭찬합니다.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쿨럭)



추가로, 백사집의 충무공에 대한 유사는, 위인전에서 흔치 충무공에 대해 묘사하는 것으로 잘 써먹는 [오동나무 거절], 녹둔도 둔전관 시절 여진족의 기습에 대한 [녹둔도 드립-ㅁ-;;] 등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죽은 이에 대한 추모로 써주는 글이니 다소 미화되거나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딱히 충무공은 미화하지 않아도 뭐ㅡ.ㅡ;;;;;;;

PS : <백호전서>의 충무공에 대한 유사에
율곡 이이 선생이 만나자고 하자 거절했다는 [같은 이씨라서 만날 수 없음 ㅈㅅ]이 있습니다. 또한, 죽통에 대한 일화로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백사집에서는 붕시弸矢로 되어 있군요. 어째 어감이 좀-_-

PS 1 : 백사집에도 "명량에서 왜선 5, 600여척"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31척을 먼저 깨뜨리고, 그 뒤 울돌목을 뛰쳐나가 적들을 우왕ㅋ굳ㅋ 쳐ㅋ부ㅋ쉈ㅋ다ㅋ...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물론 실록에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에 따라 안위가 먼저 돌격하고 공이 독전하였다...라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PS 2 : 이제 발표 준비도 끝났고 쓰던 글들을 써야 겠습니다 ㄲㄲㄲ

by zert | 2009/12/03 13:09 | 임진왜란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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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야소피아 at 2009/12/03 13:40
저 얘기 출처가 어딘지 궁굼했는데 <백호전서>였군요...옛날에 읽은 위인전 내용을 회상해보면 zert님이 말씀하신 유사 이야기나 율곡 일화가 전부 들어가있었죠...
Commented by zert at 2009/12/03 13:47
예, 그외에 오동나무를 베기를 거절했다, 녹둔도에서 병력 증강을 요구했으나 이일이 듣지 않았다는 <백사집>에 실려 있습니다.
그로부터 전란 이후 세대인 윤휴의 <백호전서>에는 신립이 수군을 폐하려고하자 이순신이 반대하였다...라는 구절도 유사에 실려 있습니다.

새삼 윤휴의 글에 국한되지 않아도 전쟁 이후 세대들이 충무공을 얼마나 존경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윤휴 말고 다른 사람도 찾아볼 생각입니다 ;ㅁ;

참 재미있게도 그 당시 사람이나 지금 현대인들이나 충무공에 내리는 평가는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ㅎㄷㄷ

PS : 물론, 다른 문집이나 행장록에서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검색하다가 발견한 것이기에 써봤습니다^^
Commented by 니트 at 2009/12/03 20:38
아 진짜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 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소름 돋습니다...;;
Commented by hyjoon at 2009/12/03 20:48
한국사상 가장 유명한 유언 아닙니까.......
Commented by zert at 2009/12/03 20:57
니트님//충무공의 결사의 다짐이 느껴집니다 ㅎㄷㄷ
Commented by hyjoon at 2009/12/03 20:49
그리고 참고로 신립의 수군 폐지와 이순신의 반대는 [선묘중흥지]에도 있다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zert at 2009/12/03 20:57
오호...그렇군요+_+)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BardD at 2009/12/06 22:47
'율곡 이이 선생이 만나자고 하자 거절했다는 [같은 이씨라서 만날 수 없음 ㅈㅅ]이 있습니다'라는 이 부분은, 무슨 의미인건가요?
Commented by zert at 2009/12/06 22:53
말 그대로 율곡 이이 선생이 이순신과 같은 덕수 이씨라서 관심을 가져서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충무공께서 율곡 선생이 벼슬에 있는 한 만날 수 없다고 거절한 일화 입니다.

높은 벼슬에 있던 율곡 이이를 사사로이 만나면 이순신 장군은 쉽게 진급했을 수도 있지요. 사실 같은 덕수 이씨라서 만난다는 데 명분에 문제가 될 것도 없습니다만 충무공은 바로 그것을 거절한 것입니다^^
Commented by BardD at 2009/12/09 17:54
-ㅁㅡ;; 행여라도 같은 이씨끼리 만났다가 그걸로 해서 이득이라도 얻게 될 것을 경계하신 겁니까? 공 께서는 어찌하여 이리도 완벽하시단 말입니까...
Commented by zert at 2009/12/09 19:44
그저 ㅎㄷㄷ 입니다 -ㅂ-;;
Commented by 우지코스 at 2010/09/15 01:35
BardD님/더 중요한건 공께서 율곡선생의 제안을 거절하셧을때 당시 연세가 불혹에 접어들던때라는거죠;;; 모름직이 누구나 나이가 불혹이 돼면 젊은시절의 치기와 가져왔던 생각과는 다르게 세상을 좀 살아 봤으니까 적당히 "아예~물론이죠~사봐사봐" 할줄 알게 돼는게 당연한거고 그런일을 한다고 이상할게 전혀 없는데 공께선 전혀 그렇지가 않으셧죠.ㄷㄷㄷ
결국 율곡선생님과 통상께선 생전엔 못보시고 나중에 지하에서나 서로 얼굴을 보셧겠죠.ㅎㅎ
그때 두분께선 어떤 대화를 오고 가셧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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