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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오 해피 데이>
오 해피 데이오 해피 데이 - 8점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요새 독후감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파닥파닥 세계사 교과서 이후에 서점에 들렸는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새로운 소설이 나왔더군요. 그래서 또 샀습니다.(저 잘 지릅니다)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그네>를 통해서 처음 접해서 이것저것 읽게 되었는데 이번 <오 해피데이>에 대한 서평도 할 겸, 그 동안 오쿠다 히데오에 대해 느낀 점에 대해서도 쓸 겸 겸사겸사의 글입니다.


1. 오쿠다 히데오의 월드
최근 오쿠다 히데오만큼 정력적...아니 탄력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있을까. 물론 질 좋은 글을 쓴 사람은 오쿠다 히데오가 유일하다는 것은 아니다. 양질의 좋은 글들을 거짓말처럼 양산하는 듯한 거장들은 분명히 존재한다(애거서 크리스티 경과 애슐러 르 귄 여사 등등)
그러나 내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그가 정력적으로 글을 쓰기도 하지만 ‘탄력적’인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렇다. 마치 기분 좋게 통통 튀는 고무공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플롯? 아니면 전체적인 스토리 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읽은 후 전달해주는 주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소설을 구성하고 있는 혹은 소설을 쓰게 만든 소재도 중요하다. 그리고 작가만의 사상이나 철학이 부재한다면 그것은 분명 죽은 소설이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이다. 아니, ‘재미’라는 감정이 위의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전부 포함해있고 플롯을 비롯한 요소들은 ‘재미’를 위해 봉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소설의 쾌락적 기능에 중점을 둔 주장은 아니다. 이 ‘재미’라는 요소 자체를 객관화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의 편의적인 주장에 가깝다고 해야할 것이다.
미학에 있어서 끝나지 않을 화두인 ‘무엇이 아름다운가’ 혹은 ‘무엇 때문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가’처럼 ‘소설에서 어떤 것이 재미인가’ 또는 ‘소설에서 어느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게 만드는가’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관과 객관의 일치라는 미학에 대한 정의처럼 결국 소설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은 읽는 독자마다 다르다고 할 것이다.
탄탄한 플롯에서 소설의 재미를 느끼는 독자, 다양한 캐릭터를 통하여 간접경험을 재미로 여기는 독자, 혹은 소설의 주제나 사상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는 등 결국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재미’ 때문이 아닐까(이것은 문학성을 배제한 체 ‘재미’ 측면에서만 접근한 관점이다. 문학성에 대한 논의는 다른 차원에서 해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만큼 ‘소설의 재미’, ‘소설적 재미’에 충실한 작가는 드물 것이다. <공중그네> 시리즈의 괴짜 의사와 괴짜 간호사가 등장하는 단편소설 시리즈를 통하여 사회와 개인에 잠재된 의식을 파헤치고 폭로한다. 그런가하면 <남쪽으로 튀어>에서는 ‘한물 간’ 사회주의자 아버지를 등장하여 일본 사회를 비판하고(심지어 금기 중 하나인 ‘천황제’를 아주 잠깐이지만 등장시킨다) 해학적인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마돈나>는 이미 제목 자체가 하나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오쿠다의 세계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자연스럽게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상징성을 띠게 만든다. 그래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칫 어려워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쉽게 몰입 할 수 있게 해준다. 소설을 읽음으로서 독자가 느끼는 몰입감에 그러한 코드와 쉽게 맞닿아 인식하게 하기 때문이다.


2. 오 해피 데이
만약 <오 해피 데이>라는 제목을 다른 작가가 사용했다면, 어떠한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한번쯤 의심하게 되는 것이 독자들이다. 그러나 다른 글쓴이도 아닌 오쿠다가 사용했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오 해피데이>이다. 이 판단 과정에는 추호의 의심도 작용하지 않는다.

여섯 가정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오쿠다는 그의 세계의 주인공들이 겪는 일탈을 이들에게도 겪게 만든다. <남쪽으로 튀어>의 아들이 그러했고, 이라부 의사를 방문한 환자들이 그러했으며 <한밤중의 행진>에서 얽힌 인물들이 그러했다.

물론, 현대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작가가 의도한 장치들에 의해서 ‘곤란’을 겪고 자신이 처한 상황 혹은 캐릭터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주인공들이 일탈을 겪지 않으면 어떻게 갈등이 발생할 것이고, 갈등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소설의 내용이 전개가 될 것인가? 사실 우리들의 인생을 실제로 다양한 갈등과 사건을 겪지만, 그것이 ‘일상의 일부분’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일상을 살고 있다고 짐작한다. 그래서 음악, 영화, 문학장르, 게임 등등을 탐닉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쿠다 히데오의 ‘일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주인공들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떠한 불가항력이나 주인공들이 선택하지 않은 요소들에 의해 사건이나 갈등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주인공들이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오쿠다가 장치해 놓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빠진다. 그래서 텍스트 밖에 있는 독자들은 우월한 위치에서 텍스트를 소화할 수 있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은 법이다. 아무리 심오하고 뛰어난 철학과 주제, 재미가 있더라도 독자가 다가가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우면 독자들은 텍스트를 소화하는 것에서부터 힘겨워한다.

오쿠다의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마련한 최소한의 갈등-장치 속에서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빠진다. 사소한 정신병적 요소 때문에 (하필이면!) 닥터 이라부를 찾아간 불운한 우리들의 환자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그저 가까워 보이기에, 눈에 잘 띠기에 갔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오 해피 데이>에서 여섯 명의 주인공들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철저하게 ‘오쿠다 히데오 식’으로 행동한다. 어떠한 계기로 옥션을 시작한 노리코, 마누라와 별거라는 상황을 맞이하게된 마사하루, 별안간의 사건 때문에 외도(?)를 겪는 히로코, 하루아침에 실직한 가장 유스케, 로하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야쓰오, 철 없는 남편을 둔 하루요(책 표지에는 하루오라고 오타가 났다) 등등. 이들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여줄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고 그 기대에 충실히 부합하게 움직인다.


3. 아쉬운 점
한가지 아쉬운 것은 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곱씹거나 다시 생각하게 만들 요소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내가 스스로 ‘장점’이라고 정의하긴 했지만 텍스트를 소화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만큼, 텍스트 저변에 잠재되어 있는 어떠한 요소나 작가의 의도에 대해 더 고민하고 생각해 볼 요지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오쿠다 히데오의 쉬운 ‘접근성’은 양날의 칼이다.

따라서 ‘어려운 책’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지나치게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그의 작품은 두, 세 번 다시 읽어야 할 만큼 심오하거나 어려운 내용이 느껴지지는 않는다(물론 그런 무거움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더 가치있고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그의 책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또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는 유쾌함을 제공하지만, 나중에 다시 읽으려고 굳이 노력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딱히 기억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책을 다시 펴는 순간 소설의 내용이 기억나기 때문에 혹은 다른 관점에서 ‘발굴’해낼 요소가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1회성 소설이 되기 쉬운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


4.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이니까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어떠한 작가를 좋아하게 되고 그러한 경향이 하나의 취향이 되는 이유도 다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모 작가의 책이니까’하면서 두 번 생각해 보지 않고 책을 구매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오 해피 데이>에 대한 글을 쓰면서 어째서 “오쿠다 히데오이니까”라는 면죄부(?)를 주게 되었는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재미’가 있고 그 재미를 ‘등장인물들이 빠지는 재미있는 곤경’에서 찾았던 것이다(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그래서 가네시로 가즈키의 글도 좋아한다. 거침 없기 때문에!)

사실 내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전부를 읽어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쿠다 히데오에 대해 더 관심이 많고 작품 세계를 충실히 잘 이해한 분의 입장에서는 설익은 글로 보이고 비판할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사람이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해한 척 노력하고 책에 대한 감상을 쓰도록 만든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과 힘이다.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1회성의 가벼운 소설’로 느낄 수 있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바로 재미이다.
오쿠다 히데오가 보여주는 세계와 그 세계 속에서 주인공들이 움직이는 것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고 공감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소설이 할 바를 다 한 것 아닐까?
http://viruns.egloos.com2009-10-24T11:29:250.3810


by zert | 2009/10/24 20:30 | 소설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viruns.egloos.com/tb/5104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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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니트 at 2009/10/26 23:40
사실 책을 읽을 때나 쓸 때 텍스트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서는 거기에 함몰되기 쉬운 경향이 있으니 그런 면에서 오쿠다 히데오씨 작품은 그런 걱정은 안하고 봐도 되니 참 좋은 작가이긴 합니다.
Commented by zert at 2009/10/27 00:02
그렇죠.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글은 "텍스트가 말하는 바를 오해하게 만드는" 일은 거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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