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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택선은 일본수군의 주력 전함인가
게임의 영향인지, 아니면 안택선이 판옥선급의 전선이라는 이유 때문인지...제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영향이 은근히 크다고 봅니다만-_- 어쩄든 몇 층의 누각이 있는 안택선(아다케후네)이 일본수군의 주력전함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혹은, 임진왜란 전반부에서는 주력이 아니었지만 후반부에서는 고바야, 세키부네를 제치고 주력 전함으로 떠올랐다는 식의 논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아다케가 일본 수군의 주력 전함이었을까요?

우선 일본측 사료를 통해 아다케가 사용된, 혹은 건조된 정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592년 조선의 남해안에서 일본 수군과 일본 육군수송함대가 연이은 패배를 당하고 바닷속에 수장을 당하자 히데요시는 7월경에 조선수군과의 전투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고, 10월에 당시 자신의 조카이자 관백의 자리에 있는 도요토미 히데츠구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리게 합니다.(筑紫家文書 - 치쿠시 가문 문서)

ㅡ 구키 요시다카가 히데요시에게 안택선 건조의 도면을 제출했지만, 구키 요시다카에게만 맡기지 않고 관백 도요토미 히데츠구 쪽에서 봉행을 붙여 엄격하게 감독하면서 조선을 서두를 것.

ㅡ 이세 신궁의 숲 이외에 일본 전국 어디에서도 선재(船材)에 적합한 재목이 있으면 채벌(採伐...벌목)할 것

ㅡ 구키 요시다카에게는 안택선 10척을 만들게 하고, 池田輝政, 中村一氏, 山內一豊 등의 다이묘에게는 각각 1~2척을 다음해 3월까지 만들게 하고, 배에는 봉행의 이름을 각인하여 名護室으로 화송할 것.

ㅡ 伏見城(후시미 성)과 大坂城(오사카 성)의 건축 공사, 교토 方廣寺의 대불조영(大佛造營)을 중지하고 대불조영을 위해 모아두었던 재목과 釘鐵(쇠못) 등을 배를 만드는 데 쓸 것.

ㅡ 도요토미가의 영지(도요토미 직할령)의 쌀을 선장(船匠), 대장장이, 大鋸의 품삯과 식량으로 줄 것.

ㅡ 배의 밧줄로 쓰이는 마에 대해서는 信濃(長野현), 甲斐(山梨현)에서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지역의 도요토미가의 영지에서 산출되는 금 또는 쌀을 써서 모두 사들일 것.

ㅡ 조선용의 철이 대량으로 필요하므로 鍛治職人은 낫이나 호미 이외의 것은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ㅡ 二世(三重현), 尾張(愛知현), 三河(애지현), 遼江(靜岡현), 駿河(정강현), 和泉(大阪부), 攝津(대반부), 播磨(兵庫현), 近江(滋賀현)의 포구로부터 선원을 조사하고 건조한 선박의 선원으로 삼을 것.

대철포(大鐵砲)를 조달하는 일.


위의 명령문이 조선 수군으로부터 전혀 예상 못했던 피해를 입자 히데요시가 내린 명령서 입니다. 첫 번째 항목과 세 번째 항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키 요시다카가 제출한 안택선 도면"과 "10여척 + 각각 1~2척 (다 합쳐봐야 20척도 안됨)을 생산하라"라는 표현에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임진왜란 개전 당시 수군 분야를 책임지고 있었던 구키 요시다카가 안택선의 도면을 제출했다는 것은, 최소한 개전 당시에 아다케가 주력 전함이 아니고 극히 소수만 사용 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데다가, 극단적으로 비약하면 (군사적으로) 사용 자체가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고바야나 세키부네처럼 널리 사용되었다면 특별히 안택선의 도면을 제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대규모의 건조가 필요해서 안택선의 도면을 제출할 필요가 발생한 것이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임진왜란 연구의 권위자 중 한 명인 키타지마 만지 교수의 논문을 참고해 보면(임진왜란과 이순신, 장원철 옮김) 6월 2일 경에 발생한 당포 해전에서, 난중일기의 기록을 토대로 안택선의 존재를 확인 혹은 간주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군의 대선 1척이 있어 그 크기가 일본의(역자나 원저자의 오타로 보입니다. 난중일기에는 엄연히 "우리나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판옥선과 같았다. 선상에 장루粧樓(이것은 안택선인데, 안택선은 肥前明護屋城圖屛風에 묘사되어 있다.)가 세워져 있고, 그 높이는 2丈 정도였다. 누각樓閣 위에는 왜장이..." (기타지마 만지, 장원철 역, '임진왜란과 이순신', 18쪽)

인용된 구절을 보면. "판옥선만한 크기"의 "왜선 1척"에 "장루"가 세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도 안택선의 크기는 판옥선과 비슷하다고 하죠. 그렇다면 이 부분은 안택선이 개전 직후 임진년에도 사용되었다는 가장 확실한 추정이 됩니다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안택선이 판옥선에 비견되는 주력 전함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충무공이 특별히 "판옥선만큼 크다"라고 언급할 만큼 거대한 배는 당포에서도 단 한 척 뿐입니다.

또한 키타지마 교수는 사천 전투 당시 묘사된 "누각이 같은 모양 배 12척"(임진장초)에 대해서는 안택선이라고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조선과 일본이라는 두 국가의 차이에서 나오는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전문적인 수군을 보유한 조선과 중앙 정부에서 관리하지 않은, 개별적인 세력인 수군(+육군 함대)을 보유한 일본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판옥선은 국가에서 운영했기에 어느 정도 규격화 되어 있었지만, 일본의 고바야, 세키부네 등등은 그렇지 않습니다.

난중일기에서 찾아보이는 "대선 몇 척, 중선 몇 척, 소선 몇 척을 깨트렸다."라는 식의 표현에서 대개 대선을 안택선이라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천 전투에서 묘사된 누각이 있는 12척처럼, 안택선만큼 거대한 세키부네라고 보는 편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키타지마 교수가 누각이 있다고 명시한 12척을 안택선이라고 설명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규격화된 수군과 전선을 거느리지 못 했던 일본이니만큼, 조선처럼 규격화, 통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같은 전함이더라도 크기나 규모가 일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안골포 해전에서도 "3층 누각 1척, 2층 누각 2척"이라는 기록이 확인 되는 만큼, 안택선 혹은 그것으로 추정되는 전선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난중일기의 기록에서 아다케후네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층이 많은 누각, 판옥선만큼 큰, 혹은 규모가 큰" 전선의 묘사가 일부에 국한되었다는 것은 아다케가 일본군이 동원한 전선에서 극히 일부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것 입니다. 또한 히데요시의 명령서에서도 나와 있듯이 총 "13~16척"에 달하는 안택선을 따로 건조하라고 명령한다는 것 역시 이전까지 안택선이 수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았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택선을 주력 전선이라 보는 시각은 근거가 빈약하며 정유재란의 즈음에는 좀 더 연구가 있어야 하나 임진, 계사년에 걸친 건조 명령을 보았을 때 주력 전선일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모를 볼 때, 또 "왜장이 타고 있다"라는 기록을 살펴보았을때, 영주나 지휘관에 준하는 인물이 사용하는 일종의 사령선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임진왜란때 적어도 전투에 동원된 안택선이 10여척 미만이라고 보았을때(다층 누각이 언급되거나, 언급되었더라도 안택선이라 보기 힘들다하면) 히데요시가 안택선의 건조를 따로 명시하고, "대철포를 구입하라"라고 명령한 것은 어쩌면 크고 거대한 판옥선과 그 전함에서 쏘아보내는 각종 화포 공격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투의 개념이나 전술이 단 몇 년만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이러한 시도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까지 고바야, 세키부네 급의 전선을 동원해 선상백병전을 기반으로 수전을 하던 군대에게 판옥선급의 전선을 통해 전투를 함포사격위주로 전환하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실제로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감히 "안택선은 일본수군의 주력 전함이 아니다"라는 글을 쓴 것은, 순전히 저 위에 사료로 제시한 문서 때문입니다. 본문이 안택선을 위하여 굵게 인용된 부분만 보고 나머지는 지나칠지도 모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조선수군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잘 들어나 있습니다. "이세 신궁의 숲을 제외한 일본 어디에서도 목재를 구할 것"이라던가, "밧줄로 쓰이는 마의 매매 금지", "건축 공사, 대불조영을 금지하고 조선용 목재로 돌릴 것.", "선원들을 수배할 것" 등등을 보면 당시의 급박한(?) 일본 내부 사정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수군으로 인한 피해를 보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안택선을 건조하라는 구문에 집중하게 되었고, 용기를 내서 이런 졸문을 쓰게 되었습니다.(다른 문서를 보면, 대장장이와 목수 등등에게 세금을 면제해 주는 기록도 있습니다-ㅁ-)

인용한 사료와 논문이 지극히 제한적이니만큼 본문에서 얼마든지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니 많은 지적 부탁 드리겠습니다.


PS : 한문이 표기되어 있는 것은 제가 읽을 줄 모르거나, 적절한 번역을 하기 힘든 명사이니 적절한 명칭을 아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_~


Special Thanks...

아케치 님(http://blog.naver.com/halmi)

by zert | 2007/09/22 15:20 | 임진왜란 | 트랙백 | 핑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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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zert의 환상을 노래하는 글.. at 2009/11/02 19:02

... 하지만 조선수군의 교리와 전술까지는 따라하기 힘들었다.안택선이 일본수군의 주력전선이라는 주장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기록들을 살펴보면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다(안택선은 일본수군의 주력전함인가? 참고)5) 일본함대의 편제실질적으로 현대인의 오해와 달리 일본함대는 단순히 일본 수군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았다. 이것은 근대 해군이 성립되기 이전 ... more

Commented by 오토군 at 2007/09/27 23:01
결국 뒤늦게 조선 수군에 대항해 대형 전함의 건조를 지시한 왜 수군. 하지만 이미 조선 수군은 거함거포의 포격전에서 항공전력을 이용한 장거리 전력투사의 항공모함을 이용한 제공권 확보로 방향을 틀었으니...(대장군전 맞고 남해바다에 수장됨)
Commented by zert at 2007/09/28 13:55
오토님//거함거포주의인 조선이 승리하죠
Commented by 오토군 at 2007/09/28 18:59
(농담은 농담이고) 오토군은 개인적으로(야메 사고방식으로) 보기에 일본의 그 거함거포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은 임진왜란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편이지요. 임진왜란에서 거함거포에 깨지고, 그걸 연구해서 쓰시마 해전에서 이기고, 그걸로 끝까지 재미보려다 보니 저 멀리서 누군가 나직히 부르는 겁니다. "공군!"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09/28 21:03
오토 님 말도 그다지 틀린 게 아닌 게, 야들은 섬나라의 특성을 너무 살린달까요... 외부의 군사적 충격을 받으면 또 지나치게 그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단 말이지요. '타네가시마 쇼크' 같은 예도 있고... (그 이후에 너도 나도 조총 하악하악~ 댔지만, 육전에서도 조총 자체는 그다지 별 재미를 못 봤고, 해전에서야... 무념...)
Commented by 실러 at 2007/10/01 04:42
오토군님의 "공군!" 예전의 티거, 셔먼 비교가 생각나서 순간 안습이 ㅠ
Commented by 심재호 at 2007/10/01 23:48
그리고, 일본은 0418 법칙으로 표현되는 하늘의 강림(?)을 받았고요.....
Commented by zert at 2007/10/02 14:14
오토님//전쟁으로 인한 충격 및 파급 효과는 상당하죠 ㅎㅎ
파롱//같이 묵념(.......)
실러님//판옥선과 세키부네 비교는 뭐(....)
심재호님//음? 0418법칙이 뭐죠? +_+)
Commented by 심재호 at 2007/10/16 23:28
아, 1942년 4월 18일과 1943년 4월 18일은 일본사에서는 공중에 대해 무척이나 잊지 못할 추억이 남는 날이라서 붙인 것입니다.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10/19 23:08
(자료 검색 후)
...그러고 보니, 둘리틀 부대의 일본 공습으로부터 꼭 1년이었군요.
(굿바이, 오십륙 제독...)
Commented by zert at 2007/10/20 19:07
심재호님//오호, 그런가요?
파롱//저한테도 알려주시길...ㅠㅠ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7/10/20 19:17
아버지 나이 오십 육세에 태어났다고 해서 이름이 56인 제독 있잖습니까^^. 검색해보니 심재호님 언급하신 그날 부갱빌 상공에서 전사했네요.
Commented by paro1923 at 2007/10/21 17:43
'산본 오십륙'(山本 五十六) 제독 얘기입니다.
(야X모X X소X쿠...)
그 날, 부건빌 상공에서 미제 귀축(...)의 자객
P-38의 매복에 당했지요. -_-
Commented by zert at 2007/10/21 21:41
위장효과님//안습이...ㅠㅠ
파롱//-_-;;;;;;;;
Commented by 성일 at 2009/09/11 13:56
좋은글 잘 봤습니다. 글 중에 기타지마 만지가 쓴 임진왜란과 이순신이라는 책을 소개해 주셨는데, 시중에서 찾아보니 보이지가 않아서요. 혹시 절판된 책인지, 아니면 미출간본인지 알 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zert at 2009/09/24 18:37
성일님//아, 위의 것은 논문 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국내에도 기타지마 만지 교수의 저서가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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